어디에도 어디서도
2017-02-10
2017-02-10
김선재 소설가 연작소설집 『어디에도 어디서도』. 이 연작 소설들은 떠난 자의 독백을 삼킨 남겨진 자의 말더듬이다. 죽음은 그 특성상 죽음이 의미화되는 순간, 완성된다. 그러나 의미화할 수 없는, 의미화를 거부하는 죽음들이 있다. 물로 쓴 글씨가 다 말라버린 상태처럼, 거기 있으나 읽을 수 없는 흔적처럼, 입 모양은 있으나 다다르지 못하는 소리처럼, 그런 죽음들은 삶의 밖이 아닌 삶 속으로 흩어진다. 역설적으로 『어디에도 어디서도』는 그런 죽음들을 진단하거나 해석하거나 승화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죽음으로 더 지독하게 깊이 끌고 들어감으로써, 죽음을 거짓 의미화하려는 모든 시도로부터 우리를 멀찍이 떼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