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밖은 안녕
2026-04-10
2024-12-05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온전히 번역해낼 수 있을까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이주혜 신작 소설집 단단한 괄호에 걸어 길어올리는 타인과 기억 그 사이로 상처와 고통을 흘려보내는 안녕의 물결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제41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이주혜가 문학동네에서 세번째 소설집 『괄호 밖은 안녕』을 펴낸다. “엄정한 사유와 섬세하게 벼린 언어”로 “우리 사회의 여성 현실을 예리하게 탐색”(신동엽문학상 심사평)한다는 평단의 지지뿐만 아니라, “나는 오늘도 그의 이름과 언어에 신뢰를 한층 더 쌓아올린다”(구병모)는 동료 작가의 신망까지 한몸에 받으며 이주혜는 한국문학의 든든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장편소설 『자두』에서 상실과 연대의 경험을 슬픔의 미학으로 담아낸 이주혜는 『괄호 밖은 안녕』을 통해 다종다양한 관계에 얽힌 고통과 이해를 더욱 깊어지고 확장된 시선으로 그려낸다. ‘번역’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이번 소설집은 지금까지 이주혜의 작품들을 따라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반가움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이름을 남길 것이다. 번역을 두고 “이해를 향한 부질없는 그러나 지난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예스24 인터뷰에서)이라 표현하는 그의 마음은 『괄호 밖은 안녕』에도 짙게 묻어난다. 이번 소설집에서 이주혜는 과거에 화자들이 당면했으나 받아들이지는 못한 존재나 시간을 지금의 시공간으로 데려온다. 그들이 마주하는 기억은 대체로 유령(환영), 허상, 말하는 동물 등 환상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이러한 기억의 화신과의 대면을 ‘여행’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기억을 다시 쓰는 행위’와 순환하며 맞붙는다. “이색적인 풍광을 맞닥뜨리며 감회에 젖는 대신, 기묘하게 낯익은 공간에서 친숙한 기억들이 침투”(강지희 해설)하는 여정에서, 자신이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남겨둔 조각들이 미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순간은 이주혜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그 자체로 해석해야 할 대상이 된다. 이 해석의 여정에서 『괄호 밖은 안녕』은 그간 묻어두었던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그 시간을 나란히 함께 걸으며 화해할 수 없었던 기억과 존재를 마주하게 한다. 『괄호 밖은 안녕』에서 반복적으로 전개되는 ‘기억을 해석하려는 치열한 시도’는 그의 소설세계의 근원이자 중핵이기도 하다. 소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의식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이 “단단한 괄호에”(「괄호 밖은 안녕」, 82쪽) 담긴 기억이 마지막 페이지 위로 툭 떨어질 것이다. 그 괄호 안에서 우리의 고통과 상처는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때로는 넘실거리다 범람하고, 그러다 다시금 그러모이기도 하면서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다시 쓸 수 있다.